안녕하세요.
제7회 진실의 힘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장 조은 입니다.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해마다 <진실의 힘 인권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상상하기 조차 힘든 고통을 인내해온 고문과 국가폭력의 생존자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피해자의 구조와 치유, 재발방지에 크게 기여한 인사 또는 단체를 선정합니다.
‘제7회 진실의힘 인권상 심사위원회’는 2017년 1월 18일 열린 진실의 힘 정기이사회에서 구성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은 권인숙 명지대 교수, 김선주 언론인, 이근행 MBC PD, 이삼성 한림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조용환 변호사, 그리고 제6회 인권상 공동수상자인 정희상 기자는 전회 수상자 자격으로 참여했습니다.
3월부터 후보 추천공고를 시작하였고, 추천서가 들어온 분들의 자료를 꼼꼼히 챙겨 5월 23일 열린 심사위원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장시간의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인도네시아 베드조 운퉁 선생과 베드조 선생이 대표로 있는 ’YPKP 65’를 올해의 <진실의 힘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심사위원회는 베드조 운통 선생이 1965/66의 피해자로서 집단학살과 인권침해의 역사를 삶으로 증언해온 점, 피해자를 넘어서 YPKP 65 활동가겸 대표로 활동하면서 진실규명을 주도하고 피해자들의 삶에 용기를 불어넣고 있는 점, 고문과 폭력의 어두운 시간을 온 몸으로 견디며 ‘인간의 삶이 어떤 폭력보다 강하다’는 진실을 일깨운 점을 들어 수상자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공동수상 단체인 YPKP 65는 1965~1966년 사이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졌던 집단 학살 사건 피해자들이 1999년 만든 조직입니다. 1965/66 학살사건 이후 수하르토와 학살 가해세력인 군부는 32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통치했습니다. ‘공산주의의 위험성’은 과장 선전되었고, 그로 인해 형성된 반공 이데올로기가 온 사회를 어두운 침묵으로 몰았습니다. 1999년 4월 7일 YPKP 65의 결성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망각의 카르텔을 깨고, 침묵에 맞서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 출발점이었습니다. YPKP 65는 집단학살 암매장지가 있는 곳에 지부를 두고 집단무덤을 발굴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YPKP 65의 존재는, 진실이 금기인 시대에 피해자들이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자세한 선정 이유는 자료집 22쪽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폭력도 진실을 이길 수 없음을 삶으로 보여주신 베드조 운동 선생님과 인도네시아의 65-66 학살사건 생존자들의 삶에 깊은 존경과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담아 제7회 진실의 힘 인권상을 시상하고자 합니다.
우리 역시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20만~40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집단학살 당한 역사가 있습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폭압적 정권에서 감금과 고문, 학살이 계속되었습니다. 학살이 금기어이듯, 진실도 금기어였던 오랜 세월, 유족들의 눈물겨운 분투는 진실을 밝히는 마중물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베드조 선생과 YPKP 65의 진실을 밝히는 힘겨운 싸움은 한국의 아픈 역사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킬뿐아니라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에 아직도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국가폭력, 학살의 기록과 기억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새롭게 환기 시켜줍니다. <진실의 힘 인권상> 대상의 범위를 이웃 아시아 국가들에까지 넓혀야 하는 이유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진심의 힘 인권상>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만든 상이라는 점에서 어떤 다른 인권상보다도 뜻있는 상입니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그 점을 가슴 깊이 담고 심사에 임해 왔습니다. 저는 3회 때는 심사위원으로 그리고 5회와 6회, 7회는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해 오면서 상을 드려야 할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는 사실에 슬픔과 분노에 휩싸일 때가 많았습니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조차 죄송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상은 심사할 때 대상자가 많을수록 기쁘고 수상자에게는 한없는 축하를 보내게 되는데 <진실의 힘 인권상>만은 예외인 듯 합니다. <진실의 힘 인권상>시상식에서는 축배와 축하를 드릴 수가 없습니다. 업적을 치하할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베드조 운통 선생께 수상을 축하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축하에는 뜨거운 존경의 마음과 경외와 연대의 약속을 함께 담았습니다.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이겨낸 여러 분들과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게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