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책 소개

안데스의 숭고한 자연과 역사에 보내는 헌사.

남미에 대한 오래된 관심과 애정이 단단한 인문 에세이로!

또 다른 젊은이들의 세계여행을 응원하며.

여기 오랫동안 남아메리카를 동경해온 한 사람이 있다. 어린 시절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접하고 바깥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던 그는 마침내 두 달 동안 남미 여행을 떠날 기회를 얻는다. 대륙 하나를 단 두 달 만에 돌아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남미의 핵심 중 하나인 안데스산맥에 자리한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페루의 나스카 라인, 쿠스코와 마추픽추, 무지개산, 볼리비아의 티티카카호와 우유니 소금사막, 칠레의 이스터섬과 파타고니아 트레킹, 세상의 끝 도시 우수아이아와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 폭포처럼 그의 여정은 안데스를 여행한다면 누구라도 당연히 가봐야 할 곳들로 촘촘하게 채워져 있다. 그런데 출발에 임박해 급히 콜롬비아의 보고타를 일정에 추가한다. 갑자기 보고타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이 다른 여타의 남미 여행기와 달라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여행 시작 즈음 콜롬비아에서는 반군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묻는 국민투표가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불과 5만 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저자는 콜롬비아 사람들이 어떻게 '평화'를 거부하는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과연 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보고타로 날아간다. 이처럼 지구 반대쪽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대사에 관심 많은 이는 바로 변호사 조용환이다.

역사의 희생자들과 사회적 약자에게 보내는 그의 따뜻한 시선과 연민은 한국과 비슷한 역사의 짐을 지고 있는 남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국제인권규범을 우리나라 법 이론과 실무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온 그답게 안데스의 숭고한 자연에 깃들인 다섯 나라의 굴곡 많은 역사를 ‘법률가의 시선’과 ‘인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콜롬비아의 평화협상을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관련법 제정 과정을 중심으로 상세히 서술한 글을 비롯해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인 ‘진실을 알 권리’, 이에 기초한 보편적 법 원칙에 관한 나머지 네 나라의 법 이야기는 평소 그의 관심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보고타의 ‘기억・평화・화해 센터’, 페루 리마의 ‘기억・관용 및 사회적 포용의 장소’, 칠레 산티아고의 ‘기억과 인권 박물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억과 인권을 위한 공간’같이 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에서는 저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인권과 기억을 위한 각 나라의 노력에 관심을 쏟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안데스를 걷다》는 남미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열정과 지적 탐구의 결실이라 하겠다.

남미를 남미답게 하는 것은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유적과 자연 풍광 덕분이다. 페루의 나스카 라인, 마추픽추, 무지개산,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칠레의 이스터섬,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잇는 파타고니의 바람, 우수아이아의 빙하와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로 연결되는 이구아수 폭포 등 안데스의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장엄함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것은 오로지 직접 가본 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감동이다. 저자 또한 경외심과 더불어 언어 표현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그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자 노력한다. 세밀한 묘사와 오랫동안 들꽃 사진가로 활동해온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시선에 빙의하며 남미를 추체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담백한 문장과 행간 사이에 스며 있는 안데스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저자의 오래된 관심과 애정이 한 편의 단단한 인문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02 저자 소개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재단법인 진실의 힘 이사. 30년 넘게 변호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소송과 활동을 통해 국제인권규범을 우리나라의 법 이론과 실무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민간인 학살과 고문, 간첩 조작을 비롯한 중대한 인권침해의 피해자들을 변론해 ‘호모 사케르’(homo sacer)와 같은 처지에 있던 이들을 ‘인간의 법’이 적용되는 영역으로 불러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처음 제안하고 법의 기틀을 만들었으며 설립 과정에도 참여했다.

《벌거벗은 나라들》, 《허위자백과 오판》을 번역했고 <국가인권기구의 국제적 발전과 한국의 대안>, <조약의 국내법 수용에 관한 비판적 검토>, <역사의 희생자들과 법>을 비롯해 여러 논문을 썼다.

03 목차

안데스로 떠나며
남미 여행 전체 일정과 지도
거대하고 다채로운 대륙, 남미

콜롬비아, 내전에서 평화로
보고타의 잠 못 이룬 밤 | 볼리바르와 산탄데르의 나라 | 평화를 위한 캠프 | 안쓰러운 굴곡의 역사 | 엘도라도, 황금박물관 | ‘희망의 죽음’, 가이탄 암살 | 내전의 소용돌이 | 삶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벽화거리 | 콜롬비아의 자랑 보테로 |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기억의 씨앗’, 기억ㆍ평화ㆍ화해 센터 | 평화의 길은 왜 그렇게 험난한가 | 평화협상의 과정과 내용 | 지혜가 돋보이는 협상 절차 | 평화의 전망 | 사족

페루, 잉카의 땅
나를 받아들이는 땅 | 문명의 허무한 역사 | 식민제국의 영화를 간직한 도시 리마 | 안데스 문명의 보고, 국립고고학박물관 | 페루의 간송, 라르코 박물관 | 기억ㆍ관용 및 사회적 포용의 장소 | 신비의 나스카 라인 | 카와치 신전과 남미판 ‘천하제일정’ | 알파카의 도시 아레키파 | 소박하고 경건한 산타카탈리나 수도원 | 콜카계곡의 관문 치바이 | 콘도르의 성지 콜카계곡 |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 수도’, 쿠스코 | 안데스의 상징 무지개 깃발 | 파차마마, 어머니 지구와 인간의 자리 | 성스러운 계곡의 유적들 | ‘마추픽추!’ | 마추픽추산에서 본 마추픽추 | 작물시험장 모라이와 염전 살리네라스 | 지구 온난화의 위험신호, 무지개산

볼리비아, 잉카 하늘의 황홀한 은하수
알티플라노, ‘높은 땅’만큼 험난한 역사 | 잉카의 성지 티티카카호와 태양의 섬 | 평화를 갈망하는 라파스 | 부패의 상징 산페드로 감옥 | 라파스를 걷다 | 텔레펠리코와 모랄레스 정권의 행로 |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 | 식민지 시대의 거리 하엔 | 원주민의 삶을 담은 민속박물관 | 거석 문명의 원형 티와나쿠 유적 | 우유니 소금사막, 일몰과 일출 | 우유니 소금사막의 진수, 2박 3일 여행

칠레, 모네다를 넘어서
칠레의 관문 산페드로데아타카마 | 진흙이 빚어낸 조화, 달의 계곡 | 아타카마 사막의 호수와 소금평원 | 과거를 보존하는 아타카마 사막 | 칠레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 | 수수께끼 석상의 땅 이스터섬 | 문명의 발상지 아나케나와 동남쪽 해안 | 테레바카를 걷다 | 모아이의 고향 라노라라쿠 | 라파누이 연구의 중심 인류학박물관 | 신성한 마을 오롱고와 라노카우 화산 | 통가리키의 마지막 일출 |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자유인들의 길’, 기억과 인권 박물관 | 론드레스 38, 기억의 장소 | 산티아고 대학에 남은 하라의 정신 | 역사박물관과 현대미술관 | 파타고니아 트레킹,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과 푸에르토나탈레스 | 트레킹 첫날, 그레이 산장 | 트레킹 둘째 날, 파이네그란데 산장 | 트레킹 셋째 날, 쿠에르노스 산장 | 트레킹 넷째 날, 토레스센트랄 산장 | 트레킹 마지막 날, 토레스 삼봉 | 다시 푸에르토나탈레스로

아르헨티나, 소사의 나라
빙하국립공원의 백미, 피츠로이 트레킹 | 세로토레 가는 길 | 빙하의 땅 엘칼라파테 | 삶에 감사를, 페리토모레노 빙하 | 온난화에 신음하는 웁살라 빙하 | ‘세상의 끝 도시’, 우수아이아 | 비글해협에서 맞은 파타고니아의 바람 | 눈보라 속에 마친 파타고니아 트레킹 | 파놉티콘의 전형 우수아이아 해양박물관 | 아르헨티나의 상징 오월광장 | 남미 여행의 보람, 국립미술관 | ‘대교약졸’, 베르니와 피카소 | 에비타에 대한 환상 | 젊은 이름으로 가득한 군사정권 희생자 기념공원 | 기억과 인권을 위한 공간 | 과라니족의 역사를 안고 흐르는 이구아수 폭포

돌아오는 길
남미 여행을 위한 간단한 안내
본문의 주

언론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