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보내신 분은 자신을 방송작가라 소개하신 뒤, 진실의 힘이 출간한 『야만의 시간-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의 저자 김종철 기자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책 덕분에, 한민통의 역사와 그로 인해 가족들이 겪은 잔혹한 상처를 마주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사연입니다.

-아버지(곽영우, 2020년 작고)는 1981년 군사정권 시절, 한민통(한통련) 활동을 한 일본의 친척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불법 연행과 고문 끝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셨습니다. 형제 간의 안부와 축의금조차 ‘공작금’으로 조작되었고, 이후 가족은 오랜 보안 담당 형사의 감시에 시달렸으며 사회적 낙인 속에서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모진 수감 생활의 후유증으로 출소 후에도 만성 간염을 얻어 오랜 기간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어렵게 직장을 얻어도 석연찮은 이유로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었다 했습니다. “가족의 일상과 평화가 소리없이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가족의 불행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나이가 된 지금은 민주화를 위해 싸운 큰아버지들과 가족을 깊이 존경하게 되었다 합니다. 특히 『야만의 시간』을 통해 한민통의 역사와 가족의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고,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아버지의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했답니다. 한 맺힌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한 아들의 시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철없던 시절에는 그저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다 제 나이 쉰셋(한통련과 같은)이 되었습니다. 마흔넷의 나이에 억울한 옥살이를 끝내고 나와 자식들 앞에서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보려 고군분투하셨던, 그러나 세상의 벽에 가로막혀 끝내 가족들 앞에 고개 숙여야 했던 그때 제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가 가슴에 묻은 응어리는 풀어진 것이 아니라, 자식들에게 미안해 차마 꺼내지 못한 한(恨)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나뿐인 저의 아이가 아버지의 출소를 손꼽으며 기다렸던 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 집안의 찢긴 역사를 내 손으로 다시 써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리고 기자님의 책 『야만의 시간』은 그 결심에 거대한 용기와 불을 지펴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일어선 아들의 편지가 가슴을 울립니다. 이 땅 곳곳에 흘린 피해자들의 피눈물, 원통함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뭉클해집니다. 뜨거운 응원과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길

“답장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종철 기자님께서도 답장을 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덕분에 아버님 기사도 네이버 라이브러리에서 찾을 수 있었고요.
뒤늦게서야 아버님의 흔적들을 찾고 있는데 참으로 눈물이 납니다.
포기하지 않고 달려보겠습니다.
진실을 찾고 계시는 여러분들을 늘 응원하겠습니다.”

<진실의 힘>의 시간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대의 응원과 김종철 선생님의 < 야만의 시간>도 꼭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