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진실의힘 사무국은 특별한 전시를 찾았습니다.

성태훈 화백의 개인전 <꽃비>입니다.

작가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그날, 딸 성윤서 씨와 함께 국회 앞으로 달려가 현장을 지켰던 ‘12ㆍ3시민’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당시 딸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계엄 뉴스를 접하고 국회로 향하려는 딸을 처음엔 만류했지만, 끝내 그는 딸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부녀는 역사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그날의 수많은 시민과 함께.

전시 리플릿 표지작 <국회의사당 위로 내리는 꽃비>는 그날의 기억과 지금 우리의 시간을 겹쳐 보여주는 상징처럼 다가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꽃잎이 봄철에 휘날리며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함께했던 아내가 1년 전 세상을 떠났고, 국가적으로도 비상계엄 선포라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들을 경험하며 느끼는 감정들을 작품에 담았어요. 꽃잎은 아주 작지만, 그 작은 잎들이 사방으로 흩날리며 하나의 시간을 이룹니다. 그 안에 1년 동안 응축되고 집약된 시간이 담겨 있어요. 또 꽃은 그냥 피는 게 아니라 비바람도 맞고 햇볕도 받으며 피어납니다. 그 과정이 마치 우리 삶 같은 느낌이 들어서 ‘꽃비’, 비처럼 내리는 꽃잎을 주제로 작업했습니다.”

성태훈 작가는 초기부터 5ㆍ18민주화운동, 동학농민혁명, 9ㆍ11테러 등 근현대사를 주제로 작업해왔습니다. 역사를 향한 시선과 현실에 대한 참여 의지는 이번 전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꽃잎들은 각기 작고 연약하지만, 함께 모여 하나의 장면을 이룹니다. 화폭 가득 흩날리는 꽃잎들은 성찰과 참여의 메시지인 동시에, 서로를 향한 따뜻한 공감과 위로로 다가옵니다.

미술평론가 김노암의 표현처럼 <꽃비>는 생성과 소멸,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해낸 작업입니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표작 〈선유도 왈츠〉(1,000호)는 압도적인 규모와 서사로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선유도를 한 척의 거대한 배로 형상화하고, 그 안에 작가의 개인사와 한국 현대사를 함께 그려넣었습니다.

6년에 걸쳐 완성된 이 작품은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합니다. 아내를 만나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며 아이들을 키워온 개인의 시간, 그리고 그 곁을 함께한 사람들의 흔적이 화면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후원자들은 이니셜이 적힌 셔츠를 입고 한편에 서 있고, 평화운동가인 딸은 ‘지구를 살리자’는 피켓을 들고 서 있습니다.

비처럼 내리는 꽃잎은 흩어지지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서로의 시간 위에 내려앉아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 계절은, 우리가 지켜온 시간을 품은 채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그날의 기억이 오늘 화폭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 것처럼 우리의 시간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