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크리에이터)
지난 13일 저녁, '진실의 힘'에서 마련한 김용우 강사님의 강연 <극우의 귀환, 21세기 극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강좌는 <극우의 부상, 민주주의의 미래>라는 주제로 8월까지 총 8강으로 진행되는 강좌 전체를 아우르는 대망의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파시즘이 무엇인지 그 정의를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살펴보며 명확하게 규정하고 21세기 극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고찰을 담은 강좌였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지만 다소 막연하게 느껴졌던 '극우'라는 단어가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우리가 이 현상에 주목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연 시작 전, 정성껏 준비된 다과와 함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입장이 진행되었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통영과 부천 등 원거리에서 찾아주신 분들의 모습에서 이번 강좌에 대한 기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진행자 송소연 이사님이 참석자들을 서로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가졌는데, 덕분에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시민들 사이에 훈훈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제1강을 맡아주신 김용우 강사님은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명예교수로, 파시즘의 변용과 전후 극우 정치운동을 오랜 시간 연구해 오셨습니다. 최근에는 포스트콜로니얼 관점에서 파시즘을 분석하고 에코-파시즘에 관심을 가지며 현대적인 맥락에서 파시즘을 해석하는 데 매진하고 계십니다.
강사님은 '또다시 파시즘?'이라는 화두를 던지시며, 현대 극우의 지형을 정확히 읽어내는 '지도 그리기'로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파시즘(Fascism)의 뿌리를 설명해 주셨는데, 흔히 파시즘 하면 독재자의 광기 어린 폭력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파시즘은 민족을 하나의 살아있는 '어머니의 몸(유기체)'으로 보고 그 몸에 침투한 '병균(유대인 등)'을 제거해 개조하고자 했던 일종의 혁명적 이데올로기였고, 그 논리로 인해 필연적인 폭력성을 띠게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히틀러의 '새로운 독일인 만들기' 등에서 보여주듯, 완벽한 새로운 인간형을 주조하려 했던 과거의 파시즘은 몰락 이후 오늘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극우는 노골적인 인종주의 대신 문화적 다원주의를 거부하는 ‘대교체론’ 등을 내세우며 한층 교묘해진 방식으로 대중을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디지털 혁명, 인류세의 위기가 대두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극우의 흐름을 훑었습니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vs 민주주의'의 대립 구도 속에서 등장한 현대 극우의 흐름이자, 이번 강연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대목은 '신반동주의(Neo-Reaction)' 혹은 '기업-군주제(Corporate Monarchism)' 모델이었습니다. 피터 틸이나 커티스 야빈(하버드 매거진 등에서 민주주의에 관해 논쟁을 벌인 인물) 등이 주장하는 이 흐름은 국가를 민주적인 토론의 장이 아니라, 마치 효율적인 스타트업이나 기업처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명확한 지휘계통, 논리적 공정, 그리고 단일한 사명을 기반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합니다. 민주주의의 복잡한 절차를 비효율적인 소프트웨어 취급하며 강력한 의사 결정권을 가진 CEO(군주)와 같은 존재가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여기서 국민은 권리를 가진 시민이 아니라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으로 치환됩니다. 경제적 효율성만 극대화된 체제를 지향하는 이들의 시각은 현대 기술 권력이 가져올 수 있는 섬뜩한 미래를 보여주었습니다.
강연의 핵심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제대로 볼 줄 알아야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사님은 우리가 마주한 '이것이 파시즘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냉정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의 극우파를 '역사적 파시즘'의 렌즈로 보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것에만 갇히면 오히려 오늘날의 '새로운 현실'이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파시즘이나 신종 파시즘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하며, 지금 당장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 어떤 식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그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짚어주셨습니다. 결국 한국의 극우파 역시 단순한 과거의 파시즘 프레임보다는 '글로벌 극우의 맥락'에서 접근해야만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렇게 현실을 왜곡 없이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첫걸음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강사님은 상황이 비록 비관적일지라도 여전히 대안은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인문학적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많은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씀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결국 위기를 넘어서는 힘은 기술이나 효율성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철저한 직시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인문학적 성찰과 실천에 있다는 희망 섞인 숙제를 안고 돌아온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강연장은 쉬는 시간조차 필요 없을 만큼 질문이 쏟아지는 열띤 분위기였습니다. 강사님은 과거의 이론들을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 연결된 살아있는 지도로 그려주셨고, 마지막까지 열정적인 답변으로 시간을 꽉 채워주셨습니다. 이번에 하나하나 하지 못한 깊은 이야기들은, 8월까지 이어지는 다음 강좌들에서 여러 주제로 더 자세히 다뤄질 예정입니다. 풍성한 다과와 함께 더 알찬 배움과 성찰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분이 함께해주시길 기대합니다 :)